성장은 희소해지고 금리인상 우려가 더해져 밸류에이션 부담은 심화됐다. 성장주 투자의 엄선과 압축된 포트폴리오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여의도 투자자를 대면하며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내년 주식시장에 먹을 게 없지 않겠냐?"라는 푸념 섞인 의문이다. 팬데믹 위기 복원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경험하지 못했던 성장을 누려왔다. 천문학적 재정지원과 기저효과가 더해졌고, 기술혁신 가속화에 신성장동력까지 부상했다. 아쉽게도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도 이익 성장의 높이는 낮아지고 있다. 내년도 주요 업종별 이익 증가율에서 올해와 같은 성장을 찾기 힘들고 상대적 성장 우위를 보유한 일부 테마 밸류 에이션은 심히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반문도 필요하겠다. 성장이 희소해진다면 이 많은 유동성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긴축으로 통화 정책 기조 변화가 우려되나 금융시장에 유동성은 넘쳐난다. 유동성 과잉이 이어지며 희소한 성장에 오히려 수급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희소한 성장, 차별적 성장 테마의 장기 투자 매력은 강조돼야 한다. 오미크론발 불확실성을 지나며 금융시장의 안전자산은 금도 가상화폐도 아닌 빅테크 기업들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내년은 첨단산업으로의 기업 투자 확대와 민간 침투율 가속화가 진행될 시점이다. 그 중심에 AI가 있다. AI 시대의 투자자로서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먼저 주식시장 참여자 시각에서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투자매력까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AI란 데이터 학습을 통해 새로운 정보가 창출되고 의사결정이 진행됨을 의미한다. 인간의 인지 → 학습 → 추론 과정이 기계로 대체되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 체계에 근간이 있다. AI를 기반으로 제조업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해 최적의 효율을 찾고 이종산업과의 융·복합까지 이어지며 초연결 사회가 완성된다. 결국, 기계는 인간의 노동이 아니라 지능까지 대체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AI 역사는 굴곡 깊은 성장 과정을 반복했다. 1950년대 인공지능 개념이 처음으로 정의됐고 기술 적용의 한계를 경험하며 몇 번의 침체기도 거쳤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인터넷 기술 발달과 빅데이터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머신러닝으로 알고리즘이 진화하며 사업성까지 갖춰졌다. 특히 제프리 힌튼 교수가 제시한 인공 신경망인 딥러닝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수집, GPU 발전이 견인 한 연산능력까지 제고되며 비약적인 발전이 진행됐다. 주요 석학들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 이후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서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싱귤래리티가 실현될 것이다.
인공지능 발전 과정에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굳이 강조한 이유는 향후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성과 투자 지도를 완성하는 중요 개념이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은 인간이 정해준 규칙을 학습하며 답을 얻는 지도 학습 형태의 알고리즘이다. 데이터의 수량(Quantity)과 질(Quality) 모두가 중요하다.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플랫폼 기업이 인공 지능을 독식할 수밖에 없다. 딥러닝은 사전적 의미에서는 머신러닝의 범주에 있지만 통상적인 시각에서는 인간이 지정한 지도 학습에서 한층 더 진화된 비지도 학습이다. 즉, 인간이 정해진 규칙을 벗어나 패턴을 완성하고 해답을 얻는 미래지향적 인공지능이다. 다층 연산을 위해서는 GPU 발전이 필요한데 때마침 NVDIA, AMD의 기술 향상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기술적 진화를 배경으로 인공지능은 초기 광고, 마케팅 영역에서 최적의 효율을 찾는 제조업, 모빌리티, 금융, 서비스로 산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인공지능은 플랫폼 기업들의 폐쇄적 생태계에서 범용 기술로 변화되어 AI와 전통산업 간의 융합은 확대될 전망이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지위는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층 더 고도화될 연산능력을 기반으로 전통 산업의 알고리즘 활용의 다양성도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진화를 주도할 핵심 영역임이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의 시작점이자 초연결 시대로의 완성 단계다. 2022년 글로벌 주식시장에 가장 주목받을 투자 테마로 기대된다.
이미 빅테크 기업은 지난 10년간 66개의 AI 업체를 인수 합병했고 천문학적 투자는 사업 영역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관련 글로벌 기업 투자는 2024년 2,000억 달러를 초과해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현재 인공지능은 초기 단계로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를 독식해 광고, 마케팅 분야에 집중됐고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반도체, 통신 분야에서도 자리매김 중이다.
데이터센터를 통해 완성된 클라우드 생태계는 향후 사업 전반으로 응용 확산될 전망이다. 대표적 사업으로 자율주행, 핀테크, 산업자동화/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신에너지 공급망, 사물인터넷 등을 꼽을 수 있다. 2022년은 AI와 융합된 전통산업의 혁신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
본격적인 투자 전략을 논해보자. AI 사업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완성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Google, M/S, Apple, Meta, Amazon이 초기 AI 사업 영역을 독식한 이유는 빅데이터를 독점하는 플랫폼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분야에서의 천문학적 현금흐름이 관련 분야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도까지 구축했다. 이들은 각자의 플랫폼에서 확장된 인공지능 생태계로 신성장 동력을 완성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비약적인 발전도 기대된다. 미·중 분쟁은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 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향후 10년 이내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AI 기술력과 정책 의지를 갖췄다고 진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안보 패권의 경쟁 우위가 처음으로 위협받을 수 있어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공동부유의 거대담론이 반독점을 명분으로 차이나 빅테크의 전면 규제로 귀결된 까닭은 데이터의 통제가 공산당 체제에 가장 큰 위협이자 기회요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7년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제시하고 2030년까지 발전 로드맵을 구축했다. 2025년까지 관련 분야 인프라에 원화 1,700조 원의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도 집행하고 있다.
아직 중국의 인공지능 분야는 국내 투자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미국의 규제로 불확실성이 높다. 하지만 13억명 인구가 뿜어내는 빅데이터, 공동부유와 관련된 정책 기조가 산업 육성 기조로 전환된다면 큰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인공지능 투자는 산업 초기 단계에서 광범위한 영역의 투자대상이 존재해 소수의 기업에 집중하기 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긴 호흡의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투자대상이 미국 빅테크 기업 중심이겠지만 중국 기업의 재조명이 필요하고 관련된 한국, 대만, 일본의 반도체, IT Device, 장비 업체와 테마형 ETF도 편입도 동반해야 한다.
AI 핵심 투자 테마는 자율주행,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신에너지 공급망에 있고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업체가 유망하다. G2 빅테크 업체 중심으로 밸류체인이 구축되어 있고 ETF를 통한 간접 투자도 가능하다.
데이터센터는 AI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다. 비용만 지불한다면 Non-IT 기업도 클라우드를 통해 AI 활용이 가능하다. 전 산업으로 AI 적용이 확산되면서 AI의 수요처 다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산업별로 특화된 플랫폼 적용을 위한 개별 데이터 인프라의 필요성도 부각되겠다. 더 빠르고 효율적인 연산 처리 환경이 요구되면서 고사양, 고용량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전통적인 데이터 센터의 업그레이드 수요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국 데이터의 범람과 고속 연산 수요 증가는 클라우 드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며, 데이터센터 밸류 체인의 장기적 수혜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2022년 가장 기대되는 투자 테마는 자율주행이다. 미국, 중국, 유럽의 규제 완화로 침투율 확대가 예상되고 UAM, 상업용 물류/운송 시스템으로 상업 영역이 확장해 내년 200조 원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장기적 시각에서 Tesla, Google, Apple의 3파전이 예상된다. Tesla의 독립적 기술 생태계에서 보급된 차량의 인프라 우위가 기대된 다. 기술 우위를 지닌 Google의 오픈소스 플랫폼을 활용해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Apple의 폐쇄적 생태계 내에서 기존 내연기관과 전기차 업체가 전장을 완성하는 구도다. 중국도 Baidu, Huawei 등이 주도해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1년은 전기차, 2022년은 자율주행 보급 확대 과정에서의 큰 성장이 기대된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의 조합인 Fintech의 침투는 전통 금융업체와 빅테크 기업 간의 경계를 가파른 속도로 허물 수 있다. AI를 탑재한 핀테크의 성장성과 확장성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AI 침투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금융업 일 것이다. 금융은 AI 수요 및 활용도가 가장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I는 이미 핀테크 생태계 전반에 녹아 있다. AI의 고도화된 발전으로 핀테크 활용 영역 확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술 간의 시너지를 감안해 Paypal과 차세대 대출 플랫폼 Upstart의 선전이 기대된다.
그린에너지 비중 확대 과정에서 그린 플레이션에 갖는 우려가 불거지며 ESS를 중심으로 전력망 안정 필요성은 증대됐다. AI는 전력시스템 안정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에너지 저장장치 확대와 전체 전력수급을 예측, 관리하는 AI 소프트웨어 업체의 본격적 성장 사이클 진입이 기대된다. 배터리 보급 확대와 함께 성장해나갈 전력 관리 기업들의 투자 매력을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는 앞당겨졌다. 원격진료와 온라인으로 의약품 유통 수요는 급증했고 웨어러블과 플렛폼을 통한 데이터 수집 영역도 방대해졌다. AI 영상진단의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판독의 시간 절약과 진단 정확도까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당사는 AI 신약 개발 업체에 가장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주요 빅파마들은 이미 AI 알고리즘 적용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개발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